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 서정주, <무등을 보며> 中
요새는 배움에도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다소 늦은 나이에 진로를 결정하고 세사를 거스르지 못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거대한 무엇인가에 일신을 맡긴 상태로
하루하루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입학을 하고 등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여러분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우연과 같이 처음 <언정보>를 쓰고, 이후에도 운 좋게 <나쁜언어> 등의 책도 낼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자그마치 1,337만원이라는 돈을 어떻게 어떻게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책들을 내지 않았으면 내가 지금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을지는 큰 의문이 있습니다.
등록금 정도를 걱정하는 일은 사실 없을 지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새롬교육의 부도 등 연이은 불운이 겹치고, 제가 뭐 책을 통해서 다른 학습서 글쓴이들처럼
거대 이윤을 남기고 그러질 못해서... 아마도 결정적으로 좀 상업적인 재능이 떨어져서
멍청한 머리로 공부 걱정만 해도 모자란데 다음 학기 등록금은 어떻게 하나 걱정까지 하니 제가 봐도 딱합니다.
남들이 보면 무슨 엄청난 돈을 버는 줄 알겠지만, 천만원짜리 등록금 한 번만 내도
이제 어떻게 살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나마도 빚지지 않고 냈다는 것에 의의가 있겠지만요.
다행히 너그러운 학교의 배려로 등록금의 33%를 가계곤란 등의 이유로 감면 받았지만
100만원 내기 어려운 사람이 1000만원을 깎아 700만원이 되었다고 한시름 놓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좀 더 자유롭고 질서 있는 나라가 되어 좀 더 모두가 즐거울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법을 배우고 있고 그냥 훌륭한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되는 것보다는 앞으로 좀 더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십시일반이라고, 이 글을 보시는 어떤 분이라도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조금씩 도와주십시오.
물론 제 책을 본 여러분이 나중에 대학생이 되어서 그러한 노하우를 통해 과외라도 해서 저를 기억해 주셔서
조금 나눠주자고 해도 좋겠고, 이 책을 만원 주고 본 게 미안해서 좀 더 얹어줘야 겠다고 주셔도 좋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답변해 드린 내용이 나중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옛다 이거나 받으라고 주셔도 좋겠습니다만,
좀 더 정의로운 미래를 위해서 투자해 주신다고 생각하고 도와주셔도 저는 열심히 그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정말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찾아가서 말씀이라도 드려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
100원도 상관 없고, 10원도 상관 없습니다.
013789-06-011938 우체국 (예금주는 제 이름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