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5
(이리저리 떠돌다가 이 사이트를 보게 되었고 답답한 심정에 답변이라도 얻고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이과 삼반수생입니다. 아니, 이제 이었습니다. 이군요...
제가 현역 때는 전문대급 성적이 나와서 그냥 쌩재수를 했습니다.
재수종합반 다니다가 중간에 나와서 혼자 공부했고 42544가 나와서 다시 쌩삼하려는데
부모님의 만류로 지방의 한 국립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근데 기숙사 같은 방 룸메가 저랑 같은 나이의 신입생이었는데 삼수를 한다고 자퇴를 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의 용감한 행동을 보고 '아, 나도 저러고 싶다..'라고 생각했고 자퇴까진 차마 못하겠고 그냥 반수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부모님께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안된다고 몇 번이나 거절하셨지만 눈물 흘리면서 빌었고 전 그렇게 삼반수 허락을 받아 냈습니다.
매일 죽도록 공부했고 국어도 매일 기출문제 프린트해서 죽죽 내리 읽어 가면서 풀었습니다.
하지만 6월 85점, 9월 83점이란 점수를 받았습니다.
뭐가 잘못된건지는 몰랐지만 이대로 제가 공부해온걸 부정하게 되버리면 남은 2개월은 무의미한 시간이 될까봐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풀고 풀고 또 풀어서 6월, 9월 지문을 그냥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봤죠.
화작문에 시간을 많이 쏟아부었는데 급한 나머지 답일거라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체크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오버슈팅 문제를 만나고 전 너무 큰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제가 원래 한 번 제대로 읽고 최대한 지문으로 돌아오지 말자 주의였는데, 이건 도저히 모든 내용을 외울만한 분량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고득점은 힘들거라 생각했고 죽어라 읽었습니다.
그렇게 그 지문을 끝내니 10분이 남았었고 나머지 문제를 다 찍었습니다.
그렇게 이번 수능은 처참했습니다..
44244
믿었던 수학과 지구과학1에 통수 맞고 과탐 하나는 개념만 외우고 시험장 들어가다시피 한거라 저 성적은 당연한데..
너무 저 자신에게 실망이 컸습니다..
겨우 대가리가 이것 밖에 안되는 빠가 새끼였던건가...
그리고 확인해보니 화작문 3개 틀리고 사씨남정기에서 하나 틀리고 오버슈팅은 2개 틀리고 오버슈팅 뒤에 문제는 찍다시피했는데
동음이의어가 아닌 것은? 은 풀었는데도 틀렸습니다..
결과는 74점입니다...
전 이제 군대를 가게 됩니다. 최전방gop나 공군 두 군데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근데 이렇게 처참히 말렸는데도 군대에서 마지막으로 2020학년도 수능을 준비할까라는 고민도 듭니다..
군대에서 이렇게 수능을 준비하는게 옳은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게 된다면 하루에 국어 한,두시간 공부하는 걸로 될지도 의문입니다..
원장님,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가 과연 수능날때 안정적인 1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될거라고 한다면 전 그냥 수능 포기하려고요..
안녕하세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수능을 잘 볼 확률이 높은데,
머리가 안 좋다고 수능을 잘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 정도의 수준은 무슨 천재를 위한 시험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적절한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공부하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점수는 받는다는)
공부를 했는데 뭔가 공부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만나보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