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5
<보기>에 따라 감상
무등산 한 활개 뫼가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떼쳐 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무변대야에 무슨 짐작 하노라
일곱 굽이 한데 뭉쳐 우뚝우뚝 벌여 논 듯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갓 깨어 머리를 앉혔으니
너럭바위 위에 송죽을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 탄 청학이 천 리를 가리라 두 날개 벌렸는 듯
옥천산 용천산 내린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올올히 펴진 듯이
넓거든 기노라 푸르거든 희지 마나
쌍룡이 뒤트는 듯 긴 깁을 펼쳤는 듯
어디로 가노라 무슨 일 바빠서
닫는 듯 따르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
물 좇은 사정은 눈같이 퍼졌거든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어르노라
안증락 내리락 모이락 흩으락
노화를 사이 두고 우러곰 좇니느뇨
넓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뫼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궃은 듯 잇는 듯
숨거니 뵈거니 가거니 머물거니
어지러운 가운데 이름난 양하여
하늘도 저어치 않고 우뚝이 섰는 것이 추월산 머리 짓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벌였거든
원근창에 머문 것도 하도 할샤
<보기>
송순이 면앙정가에서 펼쳐 보인 세계는 흔히 면앙우주라고 일컬어진다. 면앙우주는 작가에게 천지만물의 이치를 심성의 수양으로 내면화하는 공간이었다. 작가는 자연 세계를 통해 인간 세계의 이치를 읽어 내는 가운데 조화와 합일을 추구했다. 그는 객관적 자연물에 인간적 생명력과 의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상과 세계관을 표출했다.
"물이 밤낮으로 흐르는 모습을 통해 작가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쉼 없이 행해야 함을 드러내고 있어."
이 말이 맞답니다...
아무리 읽어 봐도 근거를 어디서 찾아봐야 할지 몰라서 해설을 찾아봤는데, 어느 해설을 찾아봐도 <보기>나 시 자체의 근거에 의한 풀이가 하나도 없더군요. 도데체 어디를 근거로 봐야 할까요? 이런 고전시는 어느정도 외워서 할 수밖에 없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