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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깁니다~

 

 

우선 시를 해석하면요.

 

'노래(긍정적인 것, 화자가 추구하는 것)'는 '구름'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고(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노래'와 비슷한 맥락의 ''이라는 것은 '바닷가'라는 장애물에 부딪힙니다(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노래, 말 - 흐르는 것, 달리는 것,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죠?

그런데 이것들이 구름과 바닷가라는 장애물, 한계에 부딪힌 겁니다.

 

'산돼지', '산새'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라도,

'입맛을 잃었다'라는 서술어를 통해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것만은 알 수 있겠죠?

 

다음으로 ''은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라는 서술어를 통해 긍정적 이미지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꽃의 닫힌 문에 기대선 ''는 물낯바닥에 얼굴을 비취는 '아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지문 : 물낯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

물낯바닥에 얼굴을 비취는 행위는 자아를 들여다 보는 행위 혹은 순수한 존재 혹은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 이 문제에서는 그닥 중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이 부분은 잘 모르겠고 ^^;

단, 기출 문제집의 해설을 참조하면 '물낯바닥'은 '유한과 무한의 경계'를 나타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역시 이 문제를 푸는 데에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 

 

문 열어라 꽃아 - '문 열어라'라는 명령문, 강한 어조로 보아 '꽃'이라는 이미지, 대상을 갈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 벼락해일... 뭔가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라는 것이 느껴지죠?

 

 

다음으로, 문제를 잘 읽어보세요.

 

1. 시인이 <보기>의 옛 기록을 바탕으로 (가)를 썼다고 할 때,

2. 창작 과정을 추리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즉, (가)시를 쓴 사람은 <보기>의 내용을 읽은 후에 / 그 내용을 근거로 해서 / (가)라는 시를 쓴 겁니다.

 

이제 선택지를 하나씩 살펴볼게요.

 

① '사소'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를 새롭게 해석했군.

<보기>를 보면 '사소'라는 사람이 어떤 내적 갈등을 겪었는지는 나오지 않죠?

그냥 그의 발자취를 간단하게 기록했을 뿐이죠.

그런데 (가) 시를 보면,

'(중략)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중략)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중략) 입맛을 잃었다/(중략)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섰을 뿐이다(뭔가 어쩔 도리가 없어 '기대섰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느낌... 다소 기운이 빠진 듯한, 체념적인 느낌(포기가 아니라))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고통과 고난의 길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문열어라 꽃아 (뭔가 추구하는, 갈망하는 느낌)

 

이 서술어들, 이미지들만 보더라도 화자가 어떤 갈등이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죠.

그러니까, 선택지의 내용대로, 이 시인은 <보기>에서 '사소'라는 사람이 신선술을 터득하고, 선도산에 정착해서 신선이 되었다는 기록을 읽고는

'음, 신선이 되기까지의 수련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과정을 시로 그려보자.' 하고, '사소'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를 새롭게 해석한 것이 되겠습니다.

 

 

② <보기>에 없는 '노래'와 '구름' 같은 시어로 바다 건너 고향을 그리는 '사소'의 심정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원주를 보면 '이 글은 산으로 신선수행하러 떠나기 전 그의 집 꽃밭에서의 독백'이라고 써 있습니다. 상황이 이해가시죠?

즉, 집을 떠나기 전에 집 꽃밭에서 한 말이란 것이죠.

그렇다면 당연히 '고향을 그리고 있다'라는 선택지는 틀린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 집이 고향이 아니라 이사한 집이라면 좀 다른 얘기가 되지만, 그건 너무 깊이 들어간 건가요? ㅎㅎ;)

 

또한, 이 원주 내용 : '사소라는 사람이 산으로 신선수행을 가기 전 꽃밭에서 읊조린 말이 바로 이 시 내용이다!'를 통해 이 시 내용이 신선수행과 분명히 관련이 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시를 해석해야 합니다.

따라서 '노래', '말', '구름' '바닷가', '산돼지', '산새', '꽃' 과 같은 자연물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 느낌, 이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문 열어라 꽃아' 라는 말이 고향길로 향하는 문을 열으라는 뜻이 아닌가, 하고 잘못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③ '꽃'은 시적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보기> 밖에서 가져온 소재야.

이건 ①번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①번에서도 설명했듯, <보기>에는 그저 '사소'의 발자취만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입니다. '꽃'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죠.

 

 

④ <보기>와 달리 '사소'가 '처녀로 잉태'했다고 한 것은 '사소'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설정이야.

<보기>를 보면 '선도산에 정착하여 신선이 되었다. 사소가 처음 삼한 땅에 이르러 자식을 낳으니... (중략)' 라고 써 있죠?

즉, 마침 신선이 된 후에 자식을 낳은 데다가, '신선수행'까지 한 사람이니,

범인과는 뭔가 달라도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하여 그런 설정을 써 넣은 것 같죠?

그래야 신선수행을 했다는 사람의 독백(= (가)시)이 좀 더 신비로운 분위기와 특별함을 풍기지 않겠어요.

다른 것도 아니고, '신선'이 되었다는 '사소'라는 사람에 대한 소재를 선택하여 시를 쓰기로 결심한 시인이 어떤 분위기, 어떤 이미지의 시를 써 내려 가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⑤ <보기>를 근거로 원주를 붙인 데에는 원주를 참조하여 시를 이해하기 바라는 시인의 의도가 담겨 있어.

'일찍이 신선술을 터득하여... (중략)' '계시를 받고서 선도산에 정착하여 신선이 되었다.' 라는 내용의 <보기>를 근거로 하여(= <보기> 내용을 참고하여) 원주를 새롭게 쓴 것이지요. 이 역시 ①번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원주를 참조하여 시를 이해하기 바라는 시인의 의도', 이건 ④번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요.

'사조'를 '특별한 존재'로 설정하여 시 분위기를 뭔가... 말그대로 신선한 느낌? 신비한 느낌이랄까? 그런 쪽으로 고조시키고 있죠.

또한, '처녀로 잉태하여 신선수행을 간 사조라는 사람이 신선수행을 떠나기 전 꽃밭에서 읊조린 말이 바로 이 시이외다~' 라는 내부 설정을 내보이고 싶었던 것이죠.

솔직히 저 원주 내용이 없으면 저 시를 시인의 의도대로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노래가 뭘 의미하는지, 꽃이 뭘 의미하는지...

 

'<보기>를 근거로 했다'는 것은 <보기> 내용을 그대로 갖다 붙였다는 것이 아니에요. <보기>의 내용을 뼈대로 하여 각색했다는 얘기죠.

'근거'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 어떤 의견이나 의론 따위의 이유 또는 바탕이 됨, 또는 그런 것.

 

 

시 끝에 * 표시 하고 단어 해석 덧붙이거나 이번 (가)시의 ‘원주’처럼 주석이 달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을 빼놓지 않고 유심히 읽어보면 시 해석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지난 6월 모의고사에서 [39~42]번의 (나)시에서 ‘* 호수 : 고공(머슴)의 우두머리’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요사이 고공들은 생각이 어찌 아주 없어/밥사발 크나 작으나 동옷이 좋고 궂으나/마음을 다투는 듯 호수를 시샘하는 듯’ 이 행을 통해 고공과 호수의 관계를 알 수 있겠죠? 저는 처음에 고공이 무엇이고 호수가 무엇인지 금방 파악을 못했거든요.

런데 밑의 주석을 통해 고공이란 머슴, 즉 나랏일을 하는 신하들을 말하는 거고, 호수는 고공의 우두머리라고 하니 왕을 뜻하는 거구나, 하고 알 수 있었죠.

 

42번의 <보기>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이 시가 '정치인', 즉 '나랏일을 하는 신하들'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건 파악했지만,

'죽조반 아침 저녁 더 많이 먹였거든' 이 문장은 누가 죽조반을 먹였다는 건지 제대로 파악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전 '죽조반'이 백성들이 낸 '세금'을 뜻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호수'가 '고공'들이 나랏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베푼 은혜를 뜻하는 것이었죠.

이건 40번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글 끄트머리에 있는 부분도 눈여겨 보시구요.

또, 꽃, 구름, 말, 이런 '자연물(자연계에 존재하는 유형물만이 아니라 모든 사물, 인물. 그냥 싸잡아서 시에 등장하는 모든 '명사'를 자연물로 보셔도 좋아요)'는 이 시에서 분명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자연물 다음에 나오는 '서술어'를 눈여겨 보세요.

가령, 위의 (가)시를 읽어보면

'노래'가 '낫다'고 하였고,

'구름'은 '되돌아 왔다'고 하였고,

'말'은 '달려갔다'고 하였고,

'바닷가'는 '멈추었다'고 하였고,

'꽃'은 '제일 좋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서술어를 통해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 시어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보며 해석해 보세요.

시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자연물은 분명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어떤 말을 하고 싶은데, 그것을 갖고 싶다고, 원한다고 직선적으로 말하지 않고,

무언가에 비유하여, 더욱 구구절절히 말한 것이에요. 그 편이 감동의 효과가 크니까요.

그러니 분명 단어 하나하나를 고심하여 골라, 그 단어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함축하여 깊이 숨겨 놓았을 거예요.

그걸 차근히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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